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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D◈우리들의 이야기

지하철 정차시간 20초, 문에 팔뚝 낀 사연

2010년 07월 26일.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 아침 8시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뱅뱅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출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8시 50분쯤 지하철 2호선 충정로 역에 도착하였고 5호선으로 갈아타려고 2호선에서 5호선으로 걸어갔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황급하게 뛰어 내려가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화시민(?^^;;)인 ‘뱅뱅이’는 내리는 사람이 전부 내린 뒤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그 순간!!! 치~~~~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철 문이 닫혔습니다.

출처 : 아이클릭아트 http://www.iclickart.co.kr/

이런 된장!!! 팔이 문 사이에 끼어버린 것입니다. 무리하게 타려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을 따라 조심스럽게 승차를 했을 뿐입니다.  아픈 것은 둘째치고 쪽팔림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대종상 영화제도 아니고, 스타도 아닌데 객실 안에 있는 출근길 시민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그렇게 참사가 벌어진 것입니다. 지하철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은 나를 포함해서 4명. 내리던 승객은 15명 정도 였습니다. 승객들이 내리고 지하철을 타려던 찰나 묻이 닫혀버렸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5초 밖에 안됐습니다. 20명에 가까운 사람이 내리고 타는데 15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불현듯 스쳐지나 갔습니다. 

"아직 장가도 가지 못했는데 이렇게 가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하철에 끌려가 대형참사가 날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이 역무원이 발견을 해서 참사는 생기지 않았지만 아찔했습니다.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뉴스에 나올 뻔 했습니다.

아침에 출근길이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일단 쪽팔림이 더 컸기에 누군가에게 참사 소식을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무실에 와서 생각을 해보니 열차가 도착해서 15초도 안돼 문이 닫히고, 출발한 사실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정차시간이 왜 그렇게 짧았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뱅뱅이는 도시철도공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침마다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하는 시민인데 지하철이 승강장에 정차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라고 묻자, 안내원은 지하철 정차시간은 ‘30초’라고 말했습니다.

30초라. 생각보다 많이 짧았습니다.  과연 30초 동안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우디 축구에서는 단 2초 만에 꼴을 넣은 동영상도 있었습니다.

            

<출처 : mgoon 홈페이지 http://www.mgoon.com/>

30 초면.15골? 코메디언 정준하씨는 자장면 한 그릇을 8초에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30초에 4그릇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중에 무한도전에서 가능하다면 정준하씨가 지하철에서 내려가지고 자장면 4그릇 먹고 다시 타는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도 해봤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또 긴 시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기억으로는 30초도 안된 시간에 지하철이 발차를 했습니다. 다시 도시철도공사 운전관리팀과 통화를 하면서 "항상 30초 정차 시간은 계속 지켜지고 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담당자는 초반에는 30초 정차로 진행을 하다가 탄력적으로 정차시간을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탄력적 정차시간 효율만 생각하지 말고 ‘안전’우선해야


출퇴근길 각 역마다 정차하는 시간 조사내용

 예를 들어 승객이 많을 경우에는 30초가 걸릴 수 있고 적을 경우에는 10초도 걸릴 수 있고 20초도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1인 기관사가 CCTC를 확인하면서 정차와 발차를 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특수요원 ‘공익’친구들이 나와서 모니터를 하기도 하지만, 이날 만일 역무원이 나와있지 않았더라면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정차시간 ‘10초’에서 ‘30초’  랜덤

 도시철도공사 운전관리팀에서 제가 이용한 열차의 CCTV를 확인해본 결과 정차 시간이 20초였습니다. (제 느낌에는 15초 정도 였던 것 같은데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은 역 자체가 휘어져 있어 맨 앞에서 운전하는 기관사가 눈으로 확인하기 조차 힘든 역입니다.

 기관사 앞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미처 못 볼 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도시철도공사 상담원 말에 의하면 현재 지하철 5∼8호선은 1인 기관사 체제로 운행되고 있으며, 이외 지하철은 2인 기관사 체제로 운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1인 기관사 시스템보다 2인 기관사 시스템이 더 안전하겠다는 생각을 몸으로 직접 체험한 셈입니다.

 지난 4월 16일 서울 도시철도공사 사이트에 나온 보도자료를 보면, 교통약자 안전 업그레이드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도시철도공사는 “교통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고객이 편리하게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도자료 보기
]

 안전문 설치로 지하철 사고율이 줄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하지만 승객들의 기본적인 승하차 확인을 통한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도시철도공사는 수시로 안전교육과 기관사들이 나가기 전에 일일 교육도 한다고 하는데 좀더 승객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랍니다. 지하철 정차 20초에 ‘뱅뱅이’는 장가도 못가고 큰 일 날뻔했습니다.

도시철도공사측에서 사건 다음날인 오늘 아침에도 전화가 와서 죄송하다는 말만 늘어 놓고 있네요...쩝!!!  다들 지하철 타실때 조심하세요.